[전형 후기] 2023 NC소프트 공채 / 넥슨 채용형 인턴십 넥토리얼 3기

2024. 1. 28. 21:06커리어

 어릴 적부터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무작정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했다. 대학에 오면 뭐라도 하겠지, 생각했지만 대학에서는 누가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했다. 업계 사람을 수소문해 만나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게임 기획자 취업 후기를 찾아봤지만 나와는 좀 동떨어졌다고 느끼기도 했다.

 

 2023년, 4학년이 되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학부생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학부 생활동안 열심히 공부했더라도 내가 할 줄 아는 게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이미 취업한, 혹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선후배 동기들을 보며 조바심이 났고, 어떤 길로 가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학과를 살리고 주위 사람들처럼 프로그래머로서의 진로를 준비해야 할까? 아니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기획자를 도전해 봐야할까?

 

 이 후기는 나와 같이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쓰는 후기이다. 내가 걸은 이 길이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되길 바라며, 2023년 하반기 내가 겪은 전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본 정보

학과 : 컴퓨터공학과

학점 : 3.30/4.3 (지원 당시 7학기 기준)

병역 : 군필 (병장 만기제대)

어학 : OPIc IH

활동

1) 교내 체육 동아리

2) 게임 개발 프로젝트

3) 블로그

 

 특별한 스펙이 없었기 때문에 지원서에 많은 칸이 비어 있었다. 경력은 물론,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절대적 개수도 많지 않았다.

 

 게임 프로젝트의 경우, 전적 대학교에서의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진행했었다. 6인 개발이었고,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하여 개발을 진행하였다. 2022년 9월부터 시작해 2023년 10월까지 진행했고, 개발을 완료하지는 못하고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의 알파 버전을 릴리즈한 상태이다.

지원 기업

 2023년의 채용 시장에는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쳤다. 특히 '코로나 특수'가 끝난 게임 회사의 채용 문은 좁디 좁아졌다. 경력자들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물론이고 공채보다 부트캠프, 전환형 인턴십, 상시채용 등 보다 불안정하거나 뚫기 힘든 종류의 채용 프로세스가 더 많이 열려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선택해 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올해 모든 전형에 떨어지더라도 일단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두 기업의 면접을 볼 수 있었고, 하나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또 다른 하나의 기업에 최종합격할 수 있었다.

NC소프트 공채

NC소프트 공채는 게임 기획 직무로 지원했다.

서류

 자기소개서는 두 문항이었다.

 1. 자신의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프로젝트 또는 업무 경험은 무엇인가요? 프로젝트/업무의 세부 내용, 자신의 역할 및 노력, 마음가짐 등은 어떠하였나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거나 배운 점에 대해 자세하게 들려주세요. (500자)

 

 해당 문항에서는 약 1년 간 진행했던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했다. 내가 생각하는 "게임 기획자의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에서 겪었던 경험과 어려움을 극복했던 부분을 강조했다.

 2. 지원하신 분야와 관련하여, 자신이 보유한 직무역량 두 가지를 제시해 주세요. 그리고 각 역량에 대한 수준, 활용 사례, 성공/실패 경험 등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게임 플레이 경험, 기술스택, 업무툴, 전문지식, 외국어, 자격증 등] (500자)

 

 해당 문항에서는 다양한 게임을 해보았다는 점과 컴퓨터공학 전공자로서 프로그래머와 소통이 원활할 것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전적 대학교에서의 동아리 활동, 체육 동아리 활동을 서술했다.

 

 NC소프트의 경우 서류 전형에서 게임 플레이 이력직무 과제를 요구한다.

 

 게임 플레이 이력은 무슨 게임을 어느 수준으로 플레이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며, 꼭 NC소프트 자사 게임을 해보지 않아도 된다.

 

 직무 과제는 매년 다를 수 있지만, 2023년 게임기획 직무의 경우 (1) 게임 시스템 분석 보고서 (2) 아이템 체계 분석 보고서 (3) 게임 콘텐츠 분석 보고서 중 하나를 요구했다. 이 중 게임 콘텐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블로그에도 업로드하였다. [해당 글 보러 가기]

 

그 이외의 포트폴리오로는 GitHub 주소를 첨부했다. 

인적성검사/직무능력평가

 인적성검사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세간의 소문에 따르면 아모레 퍼시픽과 유사하다고 하던데, 게임 회사 중 인적성검사를 요구하는 곳은 NC소프트 공채밖에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인성 검사는 최대한 일관되게 답변하고자 노력했고, 특별히 함정 질문 같은 건 없다고 느껴졌다.

 

 적성 검사는 IQ 테스트에 가까웠다. 여러 영역에 걸쳐 많은 문제가 나오는데, 본인이 아무리 머리가 좋더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해서 옳은 답변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선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적성 검사는 객관식이지만, 오답을 고를 시 점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시간 내에 다 풀지 못한다면 찍기보다는 그냥 포기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 걱정되었던 부분은 직무능력평가 영역이었다. 프로그래머 직군이라면 CS 관련 문제가 나오기에 준비할 영역이 비교적 분명하지만, 게임 기획 직무능력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가 없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로 임했다.

 

 직무능력평가는 NC소프트의 회사 정보에 대해 묻는 것으로 시작해 게임 기획 용어 문답, 엑셀 함수 사용법, 확률 계산 문제 등이 출제되었다. 특이한 점은 소위 게임 기획자들에게 추천되는 책들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해당 내용과 부합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문제가 있었다.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조지프 캠벨의 천 가지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의 책을 읽어 보거나 해당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알고 있다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엑셀 함수는 일반 행정 사무에서 사용되는 VLOOKUP, HLOOKUP 등의 함수 사용법까지를 포괄했으며, 확률 계산 문제는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과목을 수강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NC소프트 회사 정보에 대해서 회사의 연혁이나 회사 게임의 간단한 정보 정도는 익히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1차 면접

 판교에 있는 NC소프트 본사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NC소프트의 1차 면접은 서류 통과자들 대상으로 각 팀들에서 면접 오퍼를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1차 면접을 여러 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고, 1차 면접에서 본 사람들이 최종 합격 시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인 셈이다.

 

 포트폴리오, 직무 과제와 게임 플레이 이력에 대한 예상 질문을 대비했고, 1분 자기소개 역시 준비했다.

 

 면접은 면접관 2 : 면접자 3으로 진행하였다.

 

 1분 자기소개 이후 돌아가면서 질문을 받았는데, 포트폴리오나 직무 과제에 관련한 질문은 거의 없었고 주로 게임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았다. 어떤 게임을 해보았는지, 해당 게임에서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아쉬웠다면 어떻게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고, 인성 질문도 많이 나왔다.

 

 1차 면접에서 불합격했던 이유를 되짚어 보자면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자 분이 만들고 싶은 게임은 무엇인가요?

 

 전반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 내가 생각하는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많이 나왔었는데, 이러한 질문들이 전부 앞에 했던 답변과 연계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준비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질문을 앞에서 하는 바람에 질문을 하지 못했다. 해당 부분도 감점 요소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면접 분위기는 나름 편안한 분위기였고, 게임 회사이니만큼 면접 복장도 니트 + 슬랙스 정도면 포멀한 축에 들었다. 

 

 특이한 점은 면접자들 대상으로 면접 키트를 나누어줬다는 것이었다. 해당 키트에는 티백과 텀블러, 철제 빨대와 빨대 청소 도구가 들어있었다.

넥토리얼

 넥토리얼은 넥슨에서 시행하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6개월 간의 인턴십 진행 후 채용 전환을 결정하는 전형이다. 넥슨은 현재 공채를 진행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실상 공채를 대체하는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넥토리얼은 넥슨 그룹사 전체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여러 법인이 참여한다. 올해의 경우 넥슨코리아, 넥슨게임즈, 네오플 세 법인에서 채용을 오픈했고, 각 법인당 하나의 전형에만 지원할 수 있다. 각 법인에 속한 스튜디오(프로젝트)별로 오픈된 포지션, 상세 채용 절차 등이 다를 수 있다.

서류

자기소개서는 세 문항이었다.

넥슨게임즈를 선택한 이유와 지원 동기에 대해 서술해 주세요. (1000자)

 

 일반적인 지원 동기에 대한 항목이다. 넥슨의 최근 성과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 경험을 어필했다.

지원 포지션과 관련된 본인의 역량 및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서술해 주세요. (1000자)

 

 역시 전형적인 직무 역량,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NC소프트 자기소개서 직무역량 + 프로젝트 경험을 섞어 다듬어서 제출했다.

입사 후 포부 및 성장 목표에 대해 서술해 주세요. (1000자)

 

 이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자기소개서 항목이다. 앞 항목에서 강조했던 직무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 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이외에 포트폴리오로 GitHub와 블로그 주소를 첨부했고, NC소프트 직무과제로 제출한 콘텐츠 분석 보고서 역시 첨부했다.

면접

 면접 전 서류 합격 메일과 함께 직무 과제가 부여되었다. 해당 직무 과제 내용은 대외비이므로 여기서 밝힐 수 없지만, 해당 직무 과제를 바탕으로 면접 때 질의가 이루어진다고 했기에 공을 들여 작성했다.

 

 NC소프트 1차 면접 결과를 접한 후 면접이 잡혔기에 해당 면접을 복기하면서 면접을 대비했다. 특히 NC소프트 면접 때 게임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해당 분야를 중심으로 준비했다.

 

 면접은 면접관 4 : 면접자 1로 한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면접자가 나 하나뿐이었던만큼, 질문의 개수와 강도 모두 월등히 높았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과 직무 과제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고, 면접관 분들이 모두 내가 제출한 서류를 매우 꼼꼼하게 검토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플레이 했던 게임의 종류를 물어보고 해당 게임의 특정 요소를 분석하고, 그 기획 의도를 추측하는 종류의 즉흥 질문도 많은 편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요소를 분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주로 요구하는 것 같았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 한 분께서 다소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반적으로 면접의 리듬이 빡빡한 편이었는데다 질문도 즉흥적으로 많이 나오는 편이어서 어려웠다.

마치며

 넥토리얼 면접이 끝나고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최종 합격 메일을 받았다. 면접을 본 후 '면까몰'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로 결과를 까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인 것 같다.

 

 면접에서, 그리고 입사 이후에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왜 프로그래머가 아닌 게임 기획자로 지원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꼭 게임 기획이 아니더라도, 전공과 관련 없는, 혹은 경력과 관련 없는 직무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해당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질문에 대비하면서도 느꼈고, 실제 입사 이후에도 많이 느꼈지만 대학에서의 전공이 꼭 경력으로 이어지라는 보장은 없다. 당장 입사 이후 만난 동기, 선배들 중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도 너무 많고, 그 시작이 30대 초중반인 경우도 허다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보고 진심으로 부딪히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해온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주관적인 경험을 기술했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은 운칠기삼이라고, 떨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고, 붙었다고 해서 온전히 나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단지 언젠가 올 행운의 때에 준비가 부족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어려운 시기에 노력하는 모두의 꿈을 응원한다.